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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nday, June 14, 2020

'핵 그림자 효과' 노린 북…“핵무력 완성” 선언 후 첫 긴장 조성 - 경향신문

kesanakhir.blogspot.com

핵보유 자신감 바탕으로 남북관계 협상 끌고 갈 의도
“남측이 참으로 괴로울 것”…다른 공세 이어갈 가능성
대남 도발로 미 끌어들이기…최종 요구는 북·미 회담

<b>가깝고도 먼 남북</b> 북한이 군사행동에 나설 방침을 밝힌 14일 서부전선 비무장지대 안에서 남한 대성동 마을의 태극기와 북한 기정동 마을의 인공기가 마주 보고 서 있는 모습을 경기 파주 접경지역에서 촬영했다. 연합뉴스

가깝고도 먼 남북 북한이 군사행동에 나설 방침을 밝힌 14일 서부전선 비무장지대 안에서 남한 대성동 마을의 태극기와 북한 기정동 마을의 인공기가 마주 보고 서 있는 모습을 경기 파주 접경지역에서 촬영했다. 연합뉴스

북한이 최근 대남 공세 수위를 높이면서 군사적 행동을 시사하는 발언을 거리낌 없이 하는 배경에는 ‘핵무장’에 따른 자신감이 깔려 있다. 북한은 2017년 11월 ‘핵무력 완성’을 선언하고 곧바로 대남·대미 대화국면으로 진입했다. 그간 북한이 보여준 대화 행보에도 핵으로 무장한 군대를 보유했다는 자신감이 드러나 있다. 대화가 중단된 이후 더욱 거칠게 공세를 펼 수 있는 힘의 원천 역시 핵무력이다. 남북관계가 대치 국면으로 가게 되면 북한이 핵무력 완성을 선언한 이후 처음으로 맞는 군사적 긴장 상황이라는 점에서 이전과는 다른 양상이 펼쳐질 수밖에 없다.

북한은 핵무력을 바탕으로 남북관계를 자신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주도하겠다는 의도를 가진 것으로 보인다. 이른바 ‘핵 그림자 효과(nuclear shadow effect)’다.

직접적으로 핵공격 위협을 가하지는 않지만, 자신들이 핵을 갖고 있음을 인식하고 있는 상대를 위축시키고 이를 통해 전략적 우위를 갖게 되는 효과다.

북한이 지난 4일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의 담화로 시작된 대남 공세 이후 첫번째로 취한 행동적 조치는 남북 간 통신선 차단이었다. 우발적·국지적 충돌이 발생했을 때 확전을 막을 수 있는 장치를 가장 먼저 제거한 것이다. 과거처럼 대북전단 살포에 대해 총격을 가하고 이에 남측이 대응하면 핵을 보유한 자신들과 전면전이 벌어질 수도 있다고 협박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북한의 요구는 전단 살포 중단에 국한되지 않는다. 북한이 “남측이 몹시 피로해할 일판을 준비하고 있다” “이제부터 흘러가는 시간들은 남조선 당국에 있어서 참으로 후회스럽고 괴로울 것”이라고 언급한 것처럼 북한은 전단 살포 중단이 관철되고 난 이후에도 다른 요구를 지속적으로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 김여정 제1부부장은 13일 담화에서 “다음번 대적행동의 행사권을 우리 군대 총참모부에 넘겨줄 것”이라고 했다. 핵무장의 효과를 앞세워 남측을 제압하고 남북관계를 자신들의 방식으로 만들어가겠다는 의미를 담은 것으로 볼 수 있다.

북한의 대남 도발은 미국을 끌어들일 수도 있다는 점에서 미국 역시 현재 국면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특히 북한의 핵무력에 대응할 수 있는 카드는 ‘핵우산’으로 표현되는 미국의 대북 억지력 제공이라는 점에서 미국의 역할이 중요하다. 남북 간 통신채널 부재 상태에서 사소한 충돌이 ‘체인 리액션’을 일으켜 확전으로 치닫고 결국 미국이 개입하게 되는 것은 미국이 가장 피하고 싶은 시나리오다. 북한의 대남 공세에는 이 같은 ‘핵참화’를 피하려면 북·미 간 핵군축 회담이 필요하다는 최종적인 요구가 포함돼 있다고 볼 수 있다. 현재의 한반도 상황은 한국을 포함한 미·중·일·러 등 한반도 문제 당사국들이 지난 30년의 시간 동안 북한의 핵무장 시도를 막지 못함으로써 벌어진 일이다. 미국은 물론 중·러 역시 핵을 가진 북한과 예전같은 관계를 유지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모든 당사국들에 부담이다. 가장 피해를 볼 나라는 단연 한국이다. 익명의 외교안보 전문가는 “북한의 핵을 그대로 둔 상태에서는 건전한 남북관계 형성이 불가능하다는 것이 분명해졌다”면서 “앞으로 한국은 북한 핵을 이고 사는 것이 얼마나 큰 부담인지를 실감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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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ne 14, 2020 at 05:00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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