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사람을 주변에 많이 가진 사람은 축복 받은 사람이다. 마음이 깨끗하고 아름다운 사람, 티 없이 맑고 속이 깊은 사람, 말 없이 곁에만 있어도 따스한 위로가 되고 멀리 있어도 목소리 들을 수 있는 사람, 없어도 가난하지 않고 지치고 힘든 시간에 다정한 눈빛 떠올릴 수 있는 사람, 생이 난파선처럼 흔들릴 때 손 잡아주고 흐느끼는 등 두드려 주는 사람, 이런 사람과 함께 사는 세상은 힘들어도 슬프지 않다.
누구를 안다는 것은 서로 마음의 문을 여는 일이다. 오고 가는 길을 튼다. 허장성세로 유명 인사의 이름 들먹이고 친분을 과시하는 사람들 중에 정작 상대는 그 사람을 모를 때가 많다. 인생의 가치를 높이는 것은 높은 사람, 유명한 사람을 얼마나 아느냐가 아니라 따스한 모닥불로 정을 나누며 사랑의 속삭임 나눈, 그대와 내가 빗장을 풀고 마주한 사소한 일상의 기록일 것이다.
품격은 사람된 바탕이나 타고난 성품이다. 품격은 품성과 인격을 말하는데 성공과 품격은 비례하지 않는다. 같은 경기에서 우승한다 해도 품격의 높고 낮음은 경기자의 인격과 기술성의 격을 가늠하게 한다. 품격을 갖추면 승패보다 인격적 품위를 우선 순위로 여긴다. 품격의 ‘격’은 나무의 결처럼 세월의 비바람을 견뎌낸 흔적이다. 품격은 하루 아침에 생겨나지 않는다.
자신의 품격을 높이는 것은 자기 자신이다. 품격은 차별을 이긴다. 품격은 공짜로 얻어지지 않는다. 품격은 비어있는 것들을 채우는 부단한 노력으로 삶을 넓히는 일이다. 비어있다고 없는 것은 아니다. 동양화의 여백은 무한한 가능성을 지닌다. 성김과 빽빽함, 모임과 흩어짐, 가벼움과 무거움, 마름과 젖음, 강함과 부드러움, 크고 작음이 두루 연을 맺어 한 폭의 그림을 완성하듯, 품격은 없음을 이기고 견뎌낸 있음의 겸손함이다.인생의 승패는 취함과 버림의 선택에 달려있다. 기회가 와도 취하지 못하면 쓰레기가 되고 버릴 것에서도 소중한 보석을 찾을 수 있다. 허와 실이 날줄과 씨줄로 얽힌 인생길에서 세월의 결이 모나지 않는 느티나무처럼 크고 우람한 사람을 만나는 일은 가뭄의 단비처럼 넉넉한 일이다.
신사(Gentleman)의 젠트리(Gentry)는 교양과 예의를 갖춘 남자를 가리킨다. 종족을 뜻하는 라틴어 ‘Gentilis’에서 유래됐는데 가문이 좋은 사람을 의미한다. 영국의 헨리 7세가 장미전쟁 이후 귀족의 수가 급격히 줄어들자 의회의 많은 빈자리를 메울 새로운 계급을 등장시켰다. 귀족은 아니지만 재산이 많거나, 학식, 국가에 공적 있는 사람들을 ‘젠트리’ 계급이라 부르게 됐다고 전한다.
사람의 가치는 물질이나 학력, 지식과 교양으로 저울질 할 수 없다. 훌륭하고 유명한 사람만 가치 있는 삶을 사는 것은 아니다. 가치는 사물이 지니고 있는 쓸모다. 세상에 쓸모없는 사람은 없다. 다만 누구를 만나느냐에 그 가치가 빛을 발한다. 내 삶이 비록 초라하고 별 볼일 없어 보여도 그대 잡은 내 손 놓지 않으면 태양보다 뜨겁게 별보다 더 초롱초롱 빛나는 삶을 살리라.
June 12, 2020 at 03:54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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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침에] 품격의 완성 - 미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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